2024년 7월 해외뉴스클리핑
1. 일본 최고재판소, “장애인 대상 강제 불임수술은 위헌”
: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매우 부당”, 일본 정부의 국가배상책임 확정
지난 7월 3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장애인 등을 상대로 정부가 강제 불임수술(우생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구)우생보호법은 위헌이라 판결하고 국가배상책임을 확정했습니다. 일본은 나치 독일의 단종법을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년 ‘우생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유전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 등을 “불량”으로 보고, 이들이 후손을 남겨선 안 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법이 폐지된 1996년까지 50여 년에 걸쳐 약 2만 5,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시행했습니다.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심사를 통해 강제로 자행했습니다. 장애인이 수술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몸을 묶거나, 마취로 잠재우거나, 다른 병이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속인 후 불임수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강제 불임수술로 인한 10대 피해자도 2,700명에 달하며, 최연소 피해자는 9살로 확인됩니다.
최고재판소는 오사카, 도쿄, 센다이, 고베, 삿포로에서 제기된 총 5개의 국가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합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최고재판소는 (구)우생보호법이 개인의 존엄과 인격 존중 정신에 현저하게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판단했으며, 불법 행위라 해도 (수술 시부터) 20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20년 소멸시효 문제’로 인해 하급 법원들의 판결이 양분되어 있던 상황에서, 이 법에 관한 소멸시효 주장은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어긋나는 “매우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을 최고재판소가 내린 것입니다. 이처럼 해당 법률의 위헌성과 국가의 배상책임이 확정됨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월 말까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장애인 사법 접근권 향상을 위한 공공 기금으로 수어통역사가 제공된 최초의 대법원 재판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 (국내) https://www.yna.co.kr/view/AKR20240703115800073 - 관련 기사 (해외)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4/07/03/japan/crime-legal/forced-sterlization-ruling/ https://www.bbc.com/news/articles/c0krnjy72j0o https://asia.nikkei.com/Spotlight/Society/Japan-top-court-orders-government-to-pay-damages-over-forced-sterilization |
2.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조지아 당국, 종교시설에서의 아동권 침해에 책임 있다”
지난 6월 20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아래 ‘위원회’)는 조지아에서 제기된 진정 건에 대한 심사 결과, 조지아 당국이 조지아 정교회가 운영하는 폐쇄형 고아원(니노츠민다 세인트 니노 아동 기숙학교)의 57명 아동들이 겪은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 개입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동권리 보장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정했습니다.
해당 고아원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고아 및 아동을 위한 거주시설에 해당합니다. 이 시설의 직원들은 피해 아동들을 손이나 막대기로 때리고, 강제로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케 했으며, 부적절한 음식을 먹게 하고, 감금 및 이동 제한을 가하는 등의 권리 침해를 자행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동 역시 방임과 학대를 경험했습니다. 2015년 해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조지아 당국이 해당 시설의 지위를 유지하는 등 국가의 방임이 지속됨에 따라, 결국 2021년 5월 위원회에 이 사건이 진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진정인은 ① 종교시설에서의 (장애아동을 포함한) 아동권리 보장 ② 현존 시설들의 국내법 및 국제법 준수 ③ 대규모 시설에 거주하는 모든 아동들을 위한 탈시설 계획 개발 등을 위원회에 요구했습니다.
진정서 검토 결과 위원회는 조지아 당국이 아동권리 보장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며, 국가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적절한 배·보상과 재활, 공개 사과, 책임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및 기소 등을 포함한 효과적인 구제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아직 국가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들에 대한 재조사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누아 판 케이르스빌크(Benoit Van Keirsbilck)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은 “아동이 거주하는 시설에 대한 정기적이고 독립적인 모니터링은 치료와 생활 조건이 아동권리 기준을 준수하고 향후 이러한 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 (영문) 관련 보도자료 링크 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4/06/georgia-failed-protect-children-against-violence-and-abuse-church-run - (영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결정문(CRC/C/96/D/144/2021) 링크 https://tbinternet.ohchr.org/_layouts/15/treatybodyexternal/Download.aspx?symbolno=CRC%2FC%2F96%2FD%2F144%2F2021&Lang=en |
3. 유엔 고문방지소위원회 첫 일반논평 발표, “소규모 그룹홈 포함한 장애인 거주시설도 자유 박탈의 장소”
지난 7월 4일, 유엔 고문방지소위원회(아래 ‘소위원회’)의 첫 일반논평이 발표되었습니다.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제4조의 ‘자유 박탈의 장소’(places of deprivation of liberty)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담은 이번 일반논평은 ‘자유 박탈의 장소’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일된 해석 지침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선택의정서 가입국가들이 ‘자유 박탈의 장소’를 자의적으로 ‘좁게’ 해석하여 해당 장소에 대한 소위원회 및 국가예방기구(national preventive mechanism)의 정기적·비정기적 방문 조사를 제한하는 위험을 예방하고, 고문방지협약 및 선택의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행하려는 목적을 지닙니다.
소위원회는 그동안 자유 박탈의 장소를 ‘감옥’ 등으로만 국한하는 좁은 해석 경향이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정신에 위반됨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반논평을 통해 공권력의 장려나 선동 등의 동기부여와 동의 및 묵인에 의해 사람들이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한다면, 민간에 의해 운영되든 공공에 의해 운영되든 그러한 ‘모든 장소’는 자유 박탈의 장소로 인식해야 한다는 ‘넓은’(broad, comprehensive) 해석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이번 일반논평은 장애인권리협약을 비롯한 여타 국제/지역 인권 메커니즘 역시 이러한 넓은 해석 원칙을 채택해 왔음을 환기하면서(13~26단락), 감옥뿐만 아니라 신체적 및 심리사회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수용시설과 정신병원 등도 이와 같은 ‘자유 박탈 장소’에 해당하며, 따라서 마땅히 선택의정서 제4조에 따라 소위원회 및 국가예방기구의 방문 대상이 됨을 확인하고 있습니다(56번 단락).
특히 이번 일반논평은 장애인의 시설 수용에 의한 자유 박탈의 문제를 강조합니다(57~58번 단락). 그동안 장애인이 자립생활이 불가능한 존재로 여겨진 점,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 역시 사실상 이용 불가능하거나 특정 주거 형태(즉 시설)에 결부돼 왔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장애 특정적 자유 박탈”이 소규모 그룹홈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일반논평은 장애인에게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과 같은 다른 모든 사람과 동등한 인권과 자유의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와 지원(support)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면, 그러한 모든 장소는 자유 박탈의 장소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 (영문) 유엔 고문방지소위원회 일반논평 제1호(CAT/OP/GC/1) 링크 https://www.undocs.org/CAT/OP/GC/1 |
4. 국제앰네스티, 우크라이나 장애인권리협약 심의에 관한 요약 보고서 제출
지난 7월 19일, 국제앰네스티는 8월 12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리는 제31차 장애인권리협약 세션의 우크라이나 심의에 관한 요약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국제앰네스티는 우크라이나의 장애인 상황에 대한 여러 차례의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번 요약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또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영토로 강제 이송 및 추방된 노인(대부분이 장애인)에 관한 두 건의 보고서, 시설 내 장애인의 강제 이송 사례를 담은 한 건의 보고서, 분쟁 중 장애인 상황에 관한 여러 건의 요약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 및 제출되었습니다.
이번 보고서가 특별히 주목하는 고령 장애인의 경우, 대피 정보가 스마트폰과 같은 주류 통신 수단에 의해서만 제공되거나 포괄적인 정보 전달 시도가 이뤄지지 않음으로 인해 대피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령 장애인들은 침공에 의해 손상되거나 파괴된 재산에 대한 국가 보상을 비롯한 여러 인도주의적 지원에 있어, 이러한 지원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 장소로 이동 및 접근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에 의한 강제이주 위기(displacement crisis) 및 심각한 주택 부족 문제는 모든 실향민에게 문제가 되고 있지만, 특히 장애인의 경우 신체적 필요에 맞게 개조할 수 있는 집에서 쫓겨나거나 지원 체계에 대한 접근성을 상실하거나 피난지에서 접근 가능한 숙소를 찾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의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포함’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고령 장애인의 시설 수용 비율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가 대량 강제이주 위기 대응을 이유로 ‘노인과 장애인’의 국가운영 수용시설 입소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령(Cabinet of Ministers Decree 294)을 시행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최소 4,000명의 고령 장애인이 시설에 수용되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성인을 위한) 어떠한 탈시설 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한 이번 요약 보고서는 우크라이나의 협약 이행 책임을 촉구하는 문서인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 행위가 장애인에게 미치고 있는 심각한 결과에 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 관련 링크 https://reliefweb.int/report/ukraine/ukraine-submission-un-committee-rights-persons-disabilit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