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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12년 재판 끝에 주정부에 ‘장애 아동 탈시설권리 보장하라’ 판결!

∎ 미국에서 장애 아동의 ‘탈시설권리’를 지방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연방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 플로리다 주(州) 연방남부지법(판사 도널드 M. 미들브룩스)은 지난 7월 14일, 주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장애 아동의 시설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주정부가 잡한 의료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일부 아동을 불필요하게 요양 시설에 수용한 것”을 두고, 이는 불법적인 수용Illegal warehousing)으로서 아동권 침해이자 미국장애인법(ADA 42 U.S.C. §§ 12131-12134.)의 위반이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장애인에겐 법적으로 가정 혹은 지역사회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플로리다 주 보건당국이 오랜 기간에 걸쳐 ‘예산 부족’을 근거로 장애인의 탈시설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판결에 따라, 법원은 주정부에 즉각적인 차별 시정을 명령하며, △가정 돌봄 서비스 개선 △탈시설 지원 계획 수립 △아동·가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등을 명하였습니다. 특히 주정부에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 아동의 돌봄공백에 대하여 모니터링할 수 있고, 가족이 이를 실시간으로 보고할 수도 있도록 하는 데이터 수집 체계(data collecting system) 구현을 명하기도 하였습니다.

∎ 한편, 10년이 넘는 재판과정에서 플로리다 주정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기 위한 치료와 지원을 제공하는 주된 책임이 주정부가 아닌 (주정부와 계약한) 민간 돌봄 기업에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주정부의 조치 또는 부작위로 인해 장애 “아동이 부모 의사에 반해 시설 입소를 강요당했다는 법원 판단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장애 아동의 시설화의 원인을 다름 아닌 지역사회의 인프라 부족에서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들브룩스 연방남부지법 판사는 지역사회의 인프라 부족 문제는 “대부분 주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며, 따라서 지역사회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시설수용을 정당화하는 논변에는 결함이 있다(“reasoning is flawed”)고 일축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항소와 더불어 명령 집행정지를 신청한 주정부에 대해서도 “주정부가 주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들을 돕기보다는 고의적으로 10년 이상 시간을 끌었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 해당 사건은 2012년 미 법무부가 플로리다주 아동 요양시설 6곳을 조사한 뒤 주정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한 것에 대해 주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법무부가 다시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플로리다주의 많은 장애 아동들이 시설에 수용된 배경에는 시설에는 많은 정부지원금을 투입하는 반면, 정작 장애 아동이 가정 또는 지역사회에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갈수록 삭감되는 제도적 현실이 확인되었고,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미 법무부의 증인 역시 주정부가 개인별 간호 및 지원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징후"가 거의 없다고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  미 법무부가 미국의 다른 주(알래스카주, 메인주, 네바다주 등)도 같은 식으로 ADA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이번 판결은 예산과 지역사회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미국 내에 아직 남아 있는 장애인 시설화가 중대한 차별임을 재확인하고, 무엇보다 정부에게 장애인의 탈시설권리 및 지역사회에 함께 살 권리를 보장할 공적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관련기사:

https://www.disabilityscoop.com/2023/07/27/judge-tells-state-to-stop-blocking-kids-with-disabilities-from-in-home-care/3047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2016300004566?fbclid=IwAR0WMsQhsa9HHrkAi9wluHfWBL27owSBy2gob-MU1sQB1b-50wtiMTH9-HM(한국일보, "집에서 돌봄 받을 수 있어야"... 미국, 10년 재판 끝에 '장애 아동 탈시설' 판결)

https://law.fsu.edu/sites/g/files/upcbnu1581/files/Academics/Clinical Programs/Health Care/23520565-0--16423.pdf

 


 

2. 일본 장애학자 다테이와 신야(Shinya Tateiwa) 교수 별세

∎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생존학연구센터의 다테이와 신야(立岩眞也)가 지난 7월 31일 별세하였습니다. 대학 재학 중 시각장애인 친구의 활동 보조를 한 것을 계기로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고인은, 1990년 중증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고찰한 책 '생의 기법'(한국어판 2010년)을 펴내며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의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과 장애학의 도입에도 영향을 준 인물로도 평가됩니다.

∎ 고인의 저서로는 『생의 기법』(공저), 『사적 소유론』, 『약하게 있을 자유: 자기결정·간병·생사의 기술』, 『자유의 평등: 간단하고 다른 모습의 세계』, 『희망에 대하여』, 『ALS: 부동의 신체와 숨쉬는 기계』, 『소유와 국가의 행방』(공저), 『그대로의 삶』, 『인간의 조건』, 『차이와 평등: 장애와 케어, 유상과 무상』(공저), 『생사를 논하고 행하기1: 존엄사 법안·저항·생명윤리학』, 『자폐증 스펙트럼의 시대』 등이 있습니다.

◆ 관련기사:

https://www.newstong.co.kr/view3.aspx?seq=11924576

https://barrierfreejapan.com/2023/08/01/shinya-tateiwa-sociologist-who-researched-people-with-disabilities-dies-aged-62/

 

 


 

3.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사법접근권 조사한 연구보고서 발표

∎ EU 8개국(불가리아, 체코,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포르투갈)을 대상으로 각 국가의 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형사 사법 절차에서 겪는 사법접근권상 제약과 차별을 조사한 연구보고서(ENABLE project national reports, 발러더티 재단)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들 연구보고서는 (1) 지적장애인 및 심리사회적장애인이 형사사법체계상 정보, 지원 및 절차적 편의제공상 겪는 사법접근권 제한 (2) 이러한 제한을 해결하기 위한 법, 정책 및 관행적 방법과 그 범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가 여전히 장애인의 법적 능력의 박탈과 제한을 허용하는 법률을 존지하고 지원의사결정을 도입되지 않은 결과, 형사사법절차상 장애인이 제외되고 보안의료조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8개국 모두 형사절차상 피고인의 지적 장애를 식별하는 적절한 절차가 부재하여 대다수의 피고인이 수감이 된 이후에야 뒤늦게 장애인으로 식별되는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장애가 일찍이 식별되더라도, 절차적 편의제공에 대한 결정이 주로 판사, 검사, 및 경찰관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며, 특정한 절차적 편의를 요구하기 위한 규범과 기준 또한 부재한 상황입니다. 장애에 대한 개별 평가 역시 자의적이며, ‘재판에 설 능력’(capacity to stand trial)을 판단하거나 ‘광기 방어’(insanity defense)를 개진할 경우에 관련해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될 뿐입니다.

∎ 또 하나 연구의 중요한 지적사항은 바로 사법 분야의 전문가들, 즉 법률가들의 낙인찍기, 무지, 편견입니다. 법률가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는 장애인의 특성이 사법 과정에서 일련의 비협조적인 행동으로 체계적으로 오해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연구는 대안이 될만한 사례들 역시 제시합니다. 가령, 포르투갈의 경우 모든 장애 관련 사건에 관해 법원에서 사용하는 장애인의 사회 기능 평가에 NGO가 참여하도록 하여, 장애인의 효과적인 재판 참여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보다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경우, 장애가 있는 피고인의 형사사법절차상 적응 및 조정 작업을 수행하는 절차 조력인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 관련기사:

https://validity.ngo/2023/07/20/access-to-justice-for-defendants-with-disabilities-enable-project-national-reports-are-out/

◆ 연구보고서 링크:

https://validity.ngo/projects-2/enabling-inclusion-and-access-to-justice-for-defendants-with-intellectual-and-psychosocial-disabilities/national-briefing-papers/

 


4.  아시아태평양 지역 칼럼 소개(1): 네팔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돌봄 공백

∎ 찬다니 카타야트 기자의 칼럼(7월 18일)에 따르면, 네팔 시민 중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이들이 무려 30만 명에 이르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장애 진단을 받기 위해서 자신이 사는 동네의 병원이 아닌 수도로 가야해 지역 간 격차가 극심하고, 지역병원의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도 매우 저조하다고 합니다. 장애에 대한 국가적/공적 돌봄이 열악하기 때문에, 국가가 아닌 시민단체(대표적으로 장애부모가 직접 설립한 AutismCare Society)의 지원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들도 전해집니다. 이마저 어려운 경우,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장애를 지닌 자녀를 집에 강제로 묶어놓는 가족의 사례들이 빈번히 발견되기도 합니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지역일수록 더욱 심각한)은 네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로 인해 네팔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의 장애가 자신의 책임인 것 같은 ‘죄책감’에 내몰린다고 합니다.

∎ 문제는, 돌봄과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증가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에 관한 수치와 정보가 공식통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훈련된 전문가 양성이 충분히 뒤따르지 않고 있으며, 막대한 돌봄 비용이 가족에게 부담됨으로써 사실상 적절한 돌봄과 지원을 장애 당사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집에서 약 30km 떨어진 치료센터를 가기 위해 비포장도로를 무릅쓰다 11일만에 포기한 가족의 사례는 네팔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잘 전달해줍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딸을 둔 한 장애 부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저는 온종일 딸을 돌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딸을 이런 환경에 방치해야 한다는 거죠?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정부는 없다고 느껴집니다.”

◆ 칼럼 원문:

**https://globalpressjournal.com/asia/nepal/for-children-with-autism-in-nepal-care-is-hard-to-find-expensive-autism-awareness-is-slowly-growing-in-nepal-care-options-arent-keeping-pace/**


 

5.  아시아태평양 지역 칼럼 소개(2): 방글라데쉬, 10년 이상 미뤄진 장애인 권리보장+예산

∎ 방글라데쉬의 경우,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과 선택의정서를 동시적으로 비준한 선구적 국가이자 협약 초안 작성 과정에서 참여한 적극적인 회원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2013년 CPRD의 정신과 내용을 반영한 장애인권리보장법(the Rights and Protection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Act)이 제정되고, 법의 구체적 시행계획을 담은 장애인국가행동(NAP)이 채택되기도 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방글라데시 장애인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다고 합니다.

∎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으며(2023년~24년 국가 예산의 0.49%만이 장애인 부문에 할당되고 있으며, 사회보장예산의 2.94%만이 장애인에게 할당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 속에서 여전히 장애인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시혜의 대상으로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동권 및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은 할당되지 않으며, 2022년 세계장애정상회담에서 방글라데쉬 정부가 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겠다는 11가지 약속을 발표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예산 역시 책정되지 않았습니다. 장애 학생의 수는 증가했지만,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 방글라데쉬의 변화를 위해서는 CRPD와 장애인권리보장법 그리고 장애인국가행동을 효과적으로 구현, 모니터링 및 시행하기 위한 강력한 메커니즘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엔 사회복지부를 포함해 관련 기관 내에서 장애 관련 정책 및 이니셔티브를 구현하고 모니터링하는 역량 구축이 포함됩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가능케 하기 위해, 접근 가능한 인프라, 통합 교육, 고용 기회, 맞춤형 의료 서비스 및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필요가 제기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장애 예산의 확보가 매우 절실히 요청됩니다.

◆ 칼럼 원문:

**https://www.tbsnews.net/thoughts/decade-despair-bangladesh-falling-behind-disability-rights-64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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