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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국제기구의 공식 경고를 무시하고 시설 정책을 재추진하는 서울시를 규탄한다
2026년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협약은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선언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권리를 국제법적 의무로 명확히 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특히 협약 제14조와 제19조는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통해 자립생활을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따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24년 6월 21일 서울시의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탈시설에 역행하는 퇴행적 조치를 중단할 것을 명확히 촉구한 바 있다. 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지방정부 역시 협약 이행의 직접적 책임 주체임을 지적하고, 시설수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나 선택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경고하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국제인권기구의 공식 성명을 전달받고도 탈시설 정책을 재검토하기는커녕 오히려 ‘중증 뇌병변·중복장애인 안심돌봄 인프라 신축 타당성 용역’을 추진하며 새로운 형태의 24시간 전담 거주시설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인권 증진’과 ‘안심돌봄’이라는 언어로 포장하고 있으나, 그 본질은 시설수용 체계를 강화하고 공공 인프라로 고착화하는 정책이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은 국제인권 기준에 명백히 배치된다. 협약 제19조는 시설 확충이 아니라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의 확대를 요구한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시설 신축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협약 제14조 역시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금지하고 있으며, 특정 장애유형과 중증도를 이유로 집단 거주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공간적 분리를 제도화하는 조치이다. 더 나아가 2022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는 거주시설에 머무는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강화하고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의 가용성을 높일 것을 분명히 촉구한 바 있다.
서울시는시설 내 CCTV 확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인권담당자 지정 등을 통해 시설 내 인권침해를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설을 전제로 한 채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식일 뿐, 장애인을 분리된 공간에 거주하도록 하는 구조 자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협약이 제시하는 방향은 시설의 관리 강화가 아니라 시설에 의존하지 않는 체계로의 전환이다.
이에 우리는 서울시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2024년 성명 취지에 배치되는 중증 뇌병변·중복장애인 전담 거주시설 신축 검토를 즉각 중단하고 관련 타당성 용역을 철회할 것.
둘째, 협약 제19조에 부합하는 지역사회 기반 24시간 개인별 지원체계 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 이행 로드맵을 공표할 것.
셋째, 모든 정책 수립 및 예산 편성 과정에서 탈시설 당사자와 그 대표단체의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참여를 보장할 것. 시설 유지와 확충을 지지하는 일부 단체의 의견 수렴을 탈시설 당사자 참여로 대체하지 않을 것.
국제인권기구의 공식적인 경고를 받고도 동일한 방향의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정책 선택의 문제를 넘어, 협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묻게 한다. 특히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 20주년을 맞는 이 시점에서 지방정부가 국제적 약속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서울시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2026.2.24. 한국장애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