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만에 열린 제5차 유엔 자유권규약 심의: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 집회와 강제입원
지난 10월 19~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8년 만에 대한민국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의 이행 상황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은 2015년 제4차 심의에서의 최종권고를 잘 이행했는지를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였습니다. 여러 분야의 자유권이 다뤄지는 가운데, 국내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집회의 자유 제한과 장애인 강제입원 문제에 관한 위원회의 질의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과도한 ‘집회의 자유’ 제한을 우려한 산토스 파이스(Jose Manuel Santos Pais) 유엔 자유권위원회 위원은 국내 장애인의 이동권 집회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었던 경찰의 출퇴근 시간 및 야간 시간 집회 금지(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만 집회 가능하도록 한 제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대중교통 접근성을 위한 집회에 대해 과도한 경찰력 동원 등을 지적했습니다. 한국 법무부 인권국장은 대부분의 경찰력 동원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집회시간 제한 조치에 관하여는 집회기본권과 일반 국민들의 평온의 이익형량을 고려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아울러 장애인의 ‘비자의입원(강제입원)’과 관련하여 술란(Tijana Šurlan) 위원 질의가 있었습니다. 술란 위원은 형식적 차원에서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보다 엄격한 강제입원 절차를 마련한 점을 확인하면서도, 동법이 강제입원의 실질적 절차의 측면에서 입원적합성심사 과정에서 대면심사 의무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점, 강제입원 절차 전반에서 장애인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우려하였습니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대면심사와 관련한 지적에 대한 답변을 현행 제도 설명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회피하면서도 절차조력인 확충을 위한 법제화를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답변이 대부분 추상적인 일반론에 머물러 있어 적극적인 자유권 이행 의지가 보이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산토스 파이스 위원은 “정부대표단의 답변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규약 이행 상황이 사실상 8년 전 제4차 심의와 똑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관련링크(유엔 자유권 심의 중계 영상):
https://media.un.org/en/asset/k13/k13x4qcu03
https://media.un.org/en/asset/k1p/k1p08cdzr4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속 가자(Gaza) 지구 내 장애인의 피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장애인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집단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미 장기간의 가자 지구 점령은 이동권의 심각한 침해, 장애인을 위한 보조 장비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 침해로 귀결되었습니다. 또한, 만성적인 정전은 엘리베이터, 이동용 스쿠터 등 이동을 위해 전기 장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신체장애인, 수어로 소통하기 위해 빛이 필요한 농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합니다. (팔레스타인인권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지역 내 장애를 가진 팔레스타인인 수는 약 9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하며, 그중 약 52%인 48,360명이 가자지구에, 나머지는 점령지인 서안 지구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과 전쟁은 장애인들을 크게 억압하고, 폭격으로 팔다리를 잃은 장애인들을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라는 증언처럼, 이스라엘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과 맞먹는 1만2000톤 이상의 폭발물을 가자지구에 폭격함으로써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것이 일종의 ‘미래없음’이라는 절망으로 이어지고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3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죽여왔으며, 이는 장애인과 어린이들처럼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미래가 불가능’하다는 좌절을 낳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 관련기사:
- 하버드 로스쿨 장애 프로젝트(HPOD)
- 매사추세츠 주의 국가 장애인 수용시설 역사에 관한 토론회 개최하다
****지난 ****10월 25일, 장애 정의 증진을 추구하는 연구 센터 ‘하버드 로스쿨 장애 프로젝트’(Harvard Law School Project on Disability, HPOD)의 주최로, 국가에 의한 장애인 시설화 정책의 역사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좌장 알렉스 그린). 이번 토론회에는 매사추세츠 주 의회가 폐쇄된 장애인 수용시설의 묘지에 익명으로 묻힌 수천 명의 이름을 식별하는 등 인권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2022년 7월 설립한 주 기관 특별위원회의 위원을 포함한 학자, 교육자 및 인권옹호자들이 참여하였으며, 매사추세츠 주정부 장애인 수용시설의 역사와 오늘날 장애인 정책 및 서비스의 관계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행사가 진행된 장소인 매사추세츠 주는 미국 내 장애인 수용시설 제도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이는 당초 장애아동에 대한 최초의 공교육을 제공하려던 시도가 점차 인종차별, 우생학, 학대를 조장하는 네트워크로 변질된 결과였다고 합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국 전역의 장애인 권리 운동으로 인해 이러한 시설은 모두 폐쇄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7월 매사추세츠 주 의회는 주 기관 특별위원회를 설립하여 2025년까지 시설에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시설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주 차원의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 관련기사:
https://www.thecrimson.com/article/2023/10/26/disability-advocates-institutions/
◆ 토론회 개최를 알리는 HPOD의 공지
https://hpod.law.harvard.edu/events/event/reckoning-history-state-institutions
- 토론회 좌장 알렉스 그린의 메사추세츠 장애인 수용시설의 역사적 기능에 관한 글
- 미 국제개발처, 라오스의 장애포괄적 개발 ‘오카드 프로젝트’ 성공 축하
라오스 사회 전반에 ‘장애’를 주류화하고 장애포괄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5년간 시행된 ‘오카드 프로젝트’가 올해 종료되었습니다. 이에 오카드 프로젝트의 성공적 마무리를 축하하는 자리가 지난 10월 11~13일 동안 마련되었습니다.
라오어로 ‘기회’를 뜻하는 단어 ‘오카드’(OKARD)에서 그 이름을 딴 오카드 프로젝트는 미국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자금을 지원하고 미국 NGO인 World Education Lao PDR 및 Humanity & Inclusion이 라오스 정부와 협력하여 시행해 온 5개년 프로젝트입니다. 장애인 재활에 관한 국가전략 및 정책 수립, 기존의 직업훈련센터나 회사 등에 장애인 접근 가능한 환경 개선, 이해관계자 인식 개선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는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 이후 라오스의 개발 협력의 주요 과제로 자리잡은 불발탄 제거 사업이 점차 불발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 내 장애인에 대한 지원 및 인식개선, 장애포괄적 개발 추진 등의 과제로 확대된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오카드 프로젝트는 불발탄 피해생존자 176명을 포함하여 29,000명이 넘는 취약 계층의 삶을 지원했으며, 5,417명의 서비스 제공자를 교육하고, 832개 조직을 강화했으며, 8,788명의 건강 및 재활 서비스를 지원했습니다. 또한 라오스 보건부에 약 13,000개의 목발, 휠체어 및 기타 기본적인 보조기기를 지원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러한 프로젝트의 성과를 이어받아,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고취할 것을 약속하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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