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적대행위와 폭력이 팔레스타인 장애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피해에 대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성명서
(원문 : Palestinians with disabilities subject to
unbearable consequences of the ongoing hostilities and violence in the OPT)
(번역: 한국장애포럼)
202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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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무력 공격, 폭력 및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한다. 위원회는 지난 7개월간 이어져온 무력 갈등으로 인해 최소 약 58,000명에 달하는 장애인(대부분이 아동, 노인과 여성)을 비롯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광범위한 폭격, 사망, 실종 등의 고통을 받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이스라엘 군이 장애인을 인질로 잡거나, 특히 동예루살렘 등 요르단 서안 지구(West Bank)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는 장애인 살상이 경악스러운 상황이다. 위원회는 최근 동부 및 남부 라파 지역에 내려진 대피 명령으로 거의 백만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 이미 가자지구 내에서 발생한 170만 피난민 등 수백만 명이 수 차례에 걸쳐 피난에 오르는 상황에 국제 인권 전문가들이 표한 우려에 깊이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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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팔레스타인에 점령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1조에 따라 무력충돌을 포함한 긴급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협약 당사국들은 제11조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이 조항은 국제인도법 및 성문, 관습 국제법에 규정된 점령법규를 포함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한 현 상황의 모든 당사자들에게 적대행위 중 무력 충돌에 관한 법률에 담긴 핵심 원칙을 준수할 것, 특히 민간인 식별, 공격 비례의 원칙, 주의 원칙, 기본 인도적 대우 보장 및 비차별, 그리고 가자지구 민간인을 위한 긴급 인도적 지원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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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장애인의 생존과 신체적, 정신적 완전성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장애인은 전체 인구보다 더 높은 사망, 부상 및 추가적 손상의 위험에 처해있다. 확보된 통계에 따르면, 부상자 79,562명 중 최소 5,000명이 장애인이며, 1,000명 이상의 아동들이 팔, 다리 등의 절단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이 수치마저도 실제로 훨씬 높을 수 있는데, 장애인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사망자 중 70%, 부상자 중 75%가 장애 여성/아동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가자지구 내 성과 재생산 건강 서비스의 심각한 부족으로 인해 성적 학대, 성 매개 감염병, 강제 의료개입 등에 있어 더 높은 취약성을 갖고 있다. 장애 노인/여성/아동은 적절한 위생시설, 안전하고 접근가능한 쉼터, 그리고 특히 생존을 위한 식량과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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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은 가족과 분리될 높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로 인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위원회는 동부 라파 난민인 14세 뇌병변 소녀가 가자 북부에서 남부로 부모님과 함께 피난하던 중 무력공격으로 휠체어 등 보조기기를 잃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위험한 피난길에 지친 이 소녀는 “엄마, 다 끝났어. 난 내버려 두고 도망 가"라고 절박하게 외쳤다고 한다. 이 소녀는 여전히 라파에서 벌어지는 공습 경고와 이동 보조기기도 없이 또다시 피난길에 올라야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있다. 이 소녀의 상황은 장애아동들이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지적장애 아동들은 특히 교육 시스템의 심각한 붕괴에 따른 피해자인데, 2023년-2024 학기가 전체 중단되었고, 공립학교가 폐쇄되었으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WRA)가 운영하던 학교들 최소 65개가 파괴되고, 학교들이 임시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0월 7일 이전까지, 가자에는 약 21,000명의 지적장애아동들이 있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미르(Amir)는 칸 유니스(Khan Younis) 지역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가자 난민촌으로 대피했다. 위원회는 이미 과밀 수용 상태인 난민촌, 난민캠프에 아미르와 같은 지적장애 아동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으며 의사소통 기술을 비롯한 조기 발달을 위해 필수적인 교욱, 가활, 재활 등의 조치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음에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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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손상으로 인해 도망치지 못하거나 피난길에 오르지 못해 다음 공격에서 가장 먼저 죽는 것은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에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 거의 모든 집과 민간 시설의 파괴 및 그 잔해들로 인해 도피를 위한 최소한의 이동로조차 가로막혀있다. 대피장소에 대한 사전 경고와 접근가능한 정보 미제공, 그리고 통신망 파괴 등으로 인해 장애인의 대피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각장애인이자 장애인 권익옹호활동가인 Y.M. 씨는 공격 지역에 위치했던 자신의 집에서 도망치지 못했고, 그의 집은 폭격당했다. 결국 그는 2023년 12월 7일 사망했고, 각각 2세, 3세, 8세, 10세인 그의 자녀들만 남았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접근가능한 대피 정보를 받지 못했고, 그와 그의 가족 누구도 안전하게 공습으로부터 대피할 수 있는 접근가능한 대피경로, 대피소, 혹은 조력을 받지 못했다. 위원회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부상, 대피, 분리, 트라우마,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비통하게 만들고 만 것에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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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병원 파괴, 필수 서비스 단절,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접근 제한 또는 부재가 장애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의 만성 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료 및 약물에 접근하기 어렵고, 심리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병원 수색 및 공격 중 사망할 위험성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백린 및 기타 독극물에 노출되어 추가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 봉쇄 공격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발생했으나, 장애인은 식량 배급소에 접근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이 있고, 보조 기기나 조력을 받지 못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식량 위기는 장애인에게 기아, 탈수, 건강 상태 악화 및 사망 위험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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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당사국, 인도주의 사업 관계자, 시민사회가 긴밀히 협의하고 장애인 대표단체를 통해 장애인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하여 가자지구 내 장애 포괄적 평화구축, 회복 및 재건을 보장해야 한다. 재건에는 장애인이 직면한 어려움 등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국제 협력 및 구조 작업들은 지역사회 동료 지원 네트워크 복원 및 활동지원, 장단기 사업을 비롯한 지역사회 내 접근가능한 장애인 지원 체계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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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계속해서 현재 가자 지구 전쟁 확대로 인한 무력 분쟁 및 인도주의적 비상상황을 비롯한 무력 충돌시 장애인의 상황이 협약에 부합하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며, 특히 제 36조 1항에 따라 협약 이행 상황에 대해 당사국에 추가 정보를 요청할 것이다.